자기계발
유하 2022-03-12

하루 8-9시간씩 20명이 넘는 헤어컷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온몸에 헤어컷의 전리품인 머리카락들이 가시처럼 다닥다닥 박혀있다. 머리카락이야 떼어내면 된다지만, 다 갖다 버리고 싶은 불쾌한 감정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당이 안됐다. 헤어컷을 하면서 알았다, 이 일은 감정의 소모가 어마어마하단 걸. 세상엔 머리 깎으러 잠깐 머물더라도 기분 좋게 하는 손님이 많지만, 딱 한 명의 애를 먹이는 손님 때문에 기분 망치는 건 순식간이었다. 그런 부정적인 손님은 아주 고약한 검은 연기를 남기고 떠나서, 일 할 의욕마저 빼앗아갔다. 이 일을 하면서 알았다, 부정적인 감정이 훨씬 더 힘이 세다는 걸. 더러운 감정을 다 담아놨다간, 절대로 이 일을 매일매일 하기 어려웠다. 이렇게 이 글은 불편한 기억들을 소각시키기 위해, 매우 이기적인 마음에서 쓰게 된 '텍사스에서 다양한 인종의 헤어컷에 대한' 잔잔한 수다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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댓글 3

  • Wookeun Oscar Song

    읽기 너무 편하고 흥미로운 토픽덕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^^

    2022-03-15 16:27
  • Woolim Song

    넘 재밌어요~~~~~

    2022-03-15 09:06
  • 유하

    바람 냄새가 좋은 봄 날이네요. 머리를 감아도 꼭 다 안 말려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날씨네요. 독자 분들이 4, 5 꼭지를 특히 좋아하셨어요. 제가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일 다녀와서 너무 힘들어서 폭풍 수다 떨듯이 살롱에서 있었던 일을 쏟아내듯 썼던 것 같아요. 요즘엔 글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 써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.

    2022-03-15 08:5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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